두개의 도시락
오래전 초등학교 다닐때 이야기이다 군것질거리가 별로없는
산골마을 입이 심심하면 풀을 뽑아 단물을 빨아먹거나 소나무의 하얀
속껍질을 껌처럼 씹었다. 산딸기와 오디는 익기가 무섭게 따 먹곤했다
고학년이 되자 도시락을 싸 들고 다녀야했다 하얀 쌀밥을 먹는것이
소원이던 시절 엄마는 거친 보리밥과 김치로 도시락을 싸주었다
집안사정을 잘 알기에 원망 한번 하지않고 도시락을 가져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십리길 도중엔 늘 배가 고팠다 그래서 마음 앞산쯤이면
도시락을 까먹었다 허기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쌀밥이나 잡곡바에
계란후라이 쥐포같은 마른 반찬을 싸왔다.
그런데 나는 언제나 거칠고 누런 보리밥에 된장과 김치가 전부여서 아이들과
어울려 먹기 창피했다 그래서 매일 등교길에 보리밥을 먹어 버리거나 땅에 묻곤했다
빈도시락은 수풀에 감춰뒀다가 하교길에 가져갔다
반아이들은 도시락이 없는 나를 가난뱅이라 불렀다 그러다보니 어깨가 움츠러들고
기죽어지내는 소심한 아이가 되어갔다 점심때면 수돗가에 달려가 물로 배를 채웠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도시락 두개를 싸와 매일같이 건네주었다 선생님은
남몰래 도시락을 주기위해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출근했고 나 역시 전날 먹은 도시락을
반납하고 그날의 도시락을 받기위해 1등으로 등교했다 행여나 내가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아이들 사이에어 선생님이 내게만 관심을 쏟는다는 말이 나올까봐 배려한것이다
선생님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나는 조금식 아이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더이상 수돗물로 배를
채우지 않았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추억에 잠기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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