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이야기 '이상한 나뭇짐'
[좋은생각 4월호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고향 집에서 멀리 보이는 산이 있었다. 이름이 동림산이었는데
겨울이면 너도나도 그곳까지 땔감을 구하러 다녔다. 마을 남자 모두
아침일찍부터 산으로 향하곤 했다. 아버지 역시 매일 산을 오갔다.
그때마다 어린 나는 친구들과 아버지를 마중 나갔다.
그런데 아버지를 기다리다 보면 맘상하는 일이 있었다.
친구들이 제 아버지의 나뭇짐이 크다며 거드름을 피웠기
때문이다. 누구 아버지 나뭇짐이 제일 크다느니 누구아버지
나뭇짐은 너무 작다느니 말이 많았다.
나는 늘 아버지의 나뭇짐이 작아 자존심이 상했다.
한번은 "바싹 마른 나무만 꾸리면 나뭇짐이 클텐데요"하고
보챘지만 아버지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더이상한것은 산에 갈대마다 지게를 받치는 작대기와 나무를
묶는 노끈을 가져가지 않으셨다.
대신 산에서 오리나무 하나씩을 잘라 작대기로 쓰고 칡넝쿨을 꺽어
땔감을 묶어왔다. 나는 창고에 있는 잘 다듬어진 작대기와 단단한
노끈을 가져가면 나뭇짐을 훨씬 크게 꾸릴수 있다는 생각에 속상했다.
그날 산에서 엉성한 작대기와 칡넝쿨로 나뭇짐을 꾸려오는 아버지가 밉기
까지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먼길을 오가는 아버지로서는 작대기를
가져가지 않아야 나무 하나라도 더 가져올수 있었다. 끈을 가져가지 않아야
나무를 묶은 칡넝쿨 한뼘이라도 더 땔감으로 썼던것이다.
이제 고향집에 가면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만 나를 반긴다
감나무는 잘 부러진다 속이 썩어들어가는 특성때문에 그렇다.
부러진 감나무속을 보면 나이테 부분이 검게 썩었다.
속이 썩어들어가 잘 부러지는것이다.
신기하게도 감이 하나라도 달리는 해부터 속이 썪는다고 한다.
아무리 커도 감이 달리지 않으면 썩지않는다니 놀랍다.
그런 생리가 부모의 희생을 연상시켜 제사상에 감을 올리는것이라니
나도 아버지 기일마다 감을 챙긴다. 그리고 세월을 꼭 한번 되돌리고
싶은 심정에 향불 위에서 술잔을 시계반대방향으로 계속 되돌리면 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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